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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지리문화

헤이룽장: 얼음과 눈,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땅

by dalcom-world 2025. 6. 17.

✅ 시작하며...

헤이룽장성은 단순한 중국 최북단 지역이 아닙니다. 이곳은 검은 강의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처럼,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민족과 제국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남긴 공간입니다. 특히 금나라를 세운 아골타의 전설, 안중근 의사의 의거,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빙등축제를 품은 하얼빈까지 이 지역은 한겨울 얼음 위에서도 뜨거운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얼음과 눈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자연뿐만 아니라, 정치와 전쟁의 중심이었던 고대 유적들이 공존하는 이 땅은 여행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매혹적인 목적지가 되고 있습니다.


1. 헤이룽장의 기원과 이름의 유래

‘헤이룽장(黑龙江)’이라는 명칭은 중국 역사서 **『요사』**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 지역의 강물이 검고, 마치 용처럼 굽이쳐 흐른다고 하여 ‘검은 용의 강’이라 불렸습니다. 현재의 헤이룽장성은 중국 동북 지역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으며, 역사적으로 선진시대에는 숙신족의 거주지였고 전국시대에는 부여족이 나라를 세웠던 땅이었습니다.

명나라 이후 여진족이 이곳을 점령하였고, 청나라 때는 국경 방어를 위해 헤이룽강을 따라 성을 쌓고 ‘헤이룽장 장군부’를 설치했습니다. 이곳은 현재의 아이훈(爱辉, Aihui) 지역으로, 근대에 접어들며 ‘헤이룽장성’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되었습니다.


2.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영웅, 아골타

금나라의 창업자인 완옌 아골타는 현재 헤이룽장성 하얼빈 동남쪽 아스허 유역에서 태어났습니다. 1113년, 그는 형의 뒤를 이어 완옌부의 족장이 되었고, 요나라로부터 절도사 직위를 받아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주변 여진 부락을 통합하면서 독자적인 군사력을 확보했습니다.

아골타는 요나라의 강압적 통치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1114년 반기를 들었습니다. 보하이 닝장저우에서 벌어진 첫 전투에서 승리하며 여진족 병사의 수는 급속히 늘어났고, 이듬해 1115년, 후이닝에서 금나라를 건국했습니다. 그는 소수의 병력으로 요나라 20만 대군을 궤멸시키며 북송과 요나라를 동시에 위협하는 강대국을 일궜습니다. 그러나 1123년, 수도로 돌아가는 길에 병사하며 그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3. 금 왕조의 발원지, 후이닝푸

후이닝푸는 아골타가 금나라를 건국하고 도읍으로 삼은 역사적 장소입니다. 현재 하얼빈 아청 남쪽 2km 지점에 그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금나라의 첫 수도였던 이곳은 정치, 군사,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금의 4대 황제 해릉왕이 옌징(지금의 베이징)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약 38년간 번성했습니다.

비록 세월이 흘러 많은 건물은 사라졌지만, 후이닝푸는 지금도 금나라 건국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역사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명승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4. 얼음의 도시, 하얼빈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은 ‘동방의 파리’라는 별칭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면적은 중국 성도 중 가장 넓으며, 인구는 전국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대도시입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도시 전체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이면서 독특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하얼빈은 1994년 ‘국가급 역사문화 도시’로 지정되었고, 매년 1월 초 열리는 **하얼빈 빙등제(冰灯节)**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축제 기간 동안 도시 곳곳에 얼음 조각과 빙설 예술 작품이 전시되며, 관광객은 눈 위에서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하얼빈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입니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장소인 하얼빈역이 이 도시에 위치합니다. 이 사건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근현대사 전체에 영향을 준 결정적 장면이었습니다.


5. 화산이 만든 신비로운 명승지, 우다롄츠

**우다롄츠(五大连池)**는 헤이룽장성 중북부에 있는 세계적인 지질 공원입니다. ‘다섯 개의 연못이 진주처럼 이어진 호수’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이곳은 제4기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면적은 약 1,060km²에 이르며, 200만 년 전부터 280년 전 사이에 형성된 14개의 화산이 존재합니다.

우다롄츠는 단순한 자연 명소를 넘어서 과학 탐사, 생태 여행, 지질 학습이 동시에 가능한 복합 관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용암 동굴, 화산 분화구, 풍부한 광물 자원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지질학자뿐 아니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6. 기타 명승지: 징보호와 산장평원

**징보호(镜泊湖)**는 화산 폭발로 생긴 아시아 최대의 용암 호수 중 하나이며, 인근 폭포와 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보트와 낚시, 겨울에는 얼음낚시가 가능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산장평원은 헤이룽장 서부에 위치한 드넓은 농업지대로,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지대입니다. 평야 위로 펼쳐지는 해바라기와 옥수수밭은 여름철 여행객들에게 인상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 결론 요약

헤이룽장성은 얼음과 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민족의 역사와 전쟁, 건국의 중심지였습니다. 아골타가 금나라를 세운 곳에서부터,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 의거가 있었던 하얼빈, 그리고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빙등제와 지질 명승지까지—헤이룽장은 그 자체로 박물관이자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