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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지리문화

산둥성, 산과 물, 그리고 성인의 고향

by dalcom-world 2025. 6. 16.

중국 산둥성은 흔히 "산 하나, 물 하나, 성인 한 명의 고향"으로 불립니다. 이 표현에서 말하는 '산'은 오악지존이라 불리는 타이산(태산), '물'은 지난(济南)의 바오투췐(趵突泉), 그리고 '성인'은 공자(쿵쯔, 孔子)를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산둥성은 유가(儒家)의 본산이자 공자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교, 불교, 신선 사상 또한 깊이 뿌리내린 지역입니다. 인문지리적으로 산둥성은 타이산, 칭다오의 해변, 지난의 샘, 펑라이의 신선 신앙, 취푸의 성인 문화를 중심으로, 산·바다·샘·신선·성인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따라 산둥성 동북부의 옌타이(펑라이, 창다오, 웨이하이 포함)에서부터 칭다오, 웨이팡, 쯔보, 지난, 타이안, 지닝(취푸, 쩌우청 포함)을 연결하면 산둥 문화관광의 독특한 S자형 벨트가 형성됩니다.


1. 천하제일명산, 타이산

오악(五嶽)의 으뜸이라 불리는 타이산(泰山)은 산둥성 타이안시에 위치한 해발 1,545m의 거대한 산입니다. 중국에서는 “오악을 본 후에는 산이 보이지 않고, 타이산을 보고 나면 오악이 작게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타이산은 약 25억 년 전의 고대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시황, 한무제, 당고종, 당현종, 송진종 등이 직접 올라 제사를 지낸 성스러운 봉선대전(封禪大典)의 무대였습니다. 공자도 이곳에 올라 “타이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게 느껴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호 이백, 두보 등도 타이산을 찬미하는 시문을 남겼고, 유네스코는 1987년 타이산을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이곳은 불교와 도교의 성지이기도 하며, 11,000여 개의 석계단을 오르내리며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두보의 시 '타이산을 바라보며'

태산은 어떤 모습일까?
제나라에서 노나라까지 끝없이 푸르구나.
세상의 모든 신비 이곳에 모인 듯
산빛과 그림자, 밤과 새벽처럼 나뉘네.
층층이 쌓인 구름에 가슴이 탁 트이고
눈앞이 열리니 새가 되돌아오네.
언젠가 꼭 저 산 꼭대기에 올라
사방의 뭇 산들을 굽어보리라.


2. 샘의 도시, 지난

산둥성의 성도인 지난은 2,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입니다. 황허강 남쪽에 위치한 지난은 도심 곳곳에서 샘이 솟아나며 '췐청(泉城, 샘의 도시)'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송산과 타이산에서 흘러든 물길이 분지를 이루며 도시 전체에 풍부한 수자원을 공급합니다. 마르코 폴로는 “산과 호수의 경치에 눈 돌릴 틈이 없다”고 했고, 현대 문인 라오서 역시 “시와 같은 도시”라며 찬미했습니다.

지난의 대표적인 명소는 바오투췐(趵突泉), 따밍후(大明湖), 쳰포산(千佛山)입니다.

  • 바오투췐은 맑고 풍부한 수량으로 청대 건륭제가 “천하 제일 샘”이라 칭하며 극찬했습니다.
  • 따밍후는 86ha의 호수로, 주변 샘물이 모여 이뤄진 경승지입니다. 호수 중앙 ‘역하정’에는 시인 두보의 “지난에는 명사가 많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 쳰포산은 순임금이 농사를 지었다는 전설의 배경지이며, 수나라 시대의 천불애조상과 만불동 동굴로 불교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3. 공자와 맹자의 고향, 취푸와 쩌우청

산둥성은 "공맹(孔孟)의 고향, 예의의 땅"이라 불립니다. 공자와 그의 유가 사상이 산둥인의 성품과 문화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취푸(曲阜)**는 공자의 고향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삼공(三孔) 유적지인 쿵먀오(孔庙), 쿵푸(孔府), 쿵린(孔林)을 중심으로 한 유교 성지입니다.

  • 쿵먀오는 공자를 모시는 사당으로, 자금성·대묘와 함께 중국 3대 고건축으로 꼽히며 2,200여 개의 비석과 석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쿵푸는 공자의 직계 후손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북송 인종에 의해 ‘옌성공’의 세습이 허락되어 유서 깊은 관가 건축 양식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 쿵린은 공자 가문의 전용 묘지로, 공자·공리·공자의 손자인 자사(공지)의 묘가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1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천연식물원과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매년 9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국제쿵쯔문화예술제'가 개최되어 서화, 예술 공연, 학술세미나,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쩌우청(邹城)**은 맹자의 고향으로, 멍먀오(孟庙), 멍푸(孟府), 멍린(孟林)이 대표적인 유적지입니다. 특히 맹자의 어머니 무덤인 멍무림(孟母林)은 ‘맹모삼천지교’와 ‘단기지계’ 같은 유명한 교육 일화의 현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

산둥성은 단순히 유가의 고향에 그치지 않습니다. 타이산의 신성함, 지난의 샘 문화, 취푸와 쩌우청의 유학 전통, 펑라이의 신선 신앙과 바다문화까지 어우러진 복합적인 인문지리의 보고입니다. 산·물·성인을 상징으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 땅은 중국 문명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문화관광의 최적지라 할 수 있습니다.